▲ 강한님 기자

롯데·한진·로젠 택배노동자들이 택배사 간 속도 경쟁 가속화에 따른 노동환경 악화를 우려하며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

택배노조 롯데·한진·로젠본부는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현장에 쿠팡발 배송 속도 경쟁이 거세게 몰아치며 택배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위협받고 있다”며 노동조건 논의를 위한 교섭을 원청에 요구했다.

특수고용직인 롯데·한진·로젠 택배노동자들은 노동조건을 사실상 결정하는 원청 택배사가 아닌 위수탁계약을 맺은 개별 대리점과 교섭해 왔다. 과로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분류작업, 임금과 직결되는 각종 페널티, 화장실 등 시설개선을 대리점과 교섭하려고 해도 “대리점으로부터는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말만 들었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쿠팡이 택배사업에 뛰어들며 택배사들은 사업목표를 ‘빠른 배송’으로 재편하고 있다. 밤 12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배송되는 쿠팡의 로켓배송에 맞서 CJ대한통운은 주 7일 배송 서비스인 가칭 ‘매일 오네(O-NE)’를 선보였다. 한진택배는 휴일(명절 제외)에도 수도권 지역에서 당일배송이 가능한 쇼핑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택배노동자들은 속도경쟁이라는 변화를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다만 변화하는 노동조건은 노조와 논의해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광석 노조 위원장은 “롯데택배가 별도의 배송팀을 활용한 일요배송을 고민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속도 경쟁은 필수 불가결이라고 보지만, 노동자들의 요구와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탁상공론하면 노동조건 후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상열 노조 로젠본부장도 “속도 경쟁으로 로젠택배의 물량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CJ까지 주7일제를 시행하면 로젠택배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흐름에 편성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한진·로젠본부는 “택배사들이 배송 속도 경쟁에 대응한다며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각종 제도를 강행하려 할 경우, 택배노조는 파업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택배 현장이 다시금 끝없는 갈등 속에 빠지지 않도록 택배사들은 노조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날 각 택배사에 교섭요구 공문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