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최초로 전문경영인(이하 CEO) 출신의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이것은 이후 당선자에 대한 특검실시와 그 결과에 상관없이 현 한국사회 본질과 변화를 가늠하는데 여러 가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의혹, 자녀 위장취업과 탈세, 선거법 위반, 도곡동 땅 차명소유와 상암동 부동산 특혜의혹, BBK 주가조작 의혹 등 대통령으로서 자격에 결정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선이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는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에 있다.
신자유주의의 그늘
혹자는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4%정도의 GDP성장, 꾸준한 수출 증가, 1인당 국민소득도 2만 달러 달성 등을 두고 왜 실패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통계수치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다수는 10년 동안 더욱 살기가 어려워 졌다고 느끼고 있다. 성장위주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더욱 심화시켰기 때문이다.
IMF사태를 계기로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신자유주의(이른바 세계화)’를 경제정책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았다. 세계화’란 전(全) 세계적 범위의 국제투기자본이 ‘더 빨리, 더 많이, 더 쉽게’ 노동자와 농민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에 불과하다. 재벌과 수출중심의 경제성장 정책은 850만 국민을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으로 만들었고, 600만 영세 자영업자와 도시빈민, 그리고 4백만 농민들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하였고, 4백만 청년실업자를 만들어 냈다.
시장만 남나
문제는 스스로 ‘자기배반’의 선택을 한 민심이다. 이명박씨는 적어도 경제문제 있어서만큼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보다 훨씬 더 심하게 ‘빈익빈 부익부’ 정책을 쓸 것이다. 그것은 철저한 ‘시장주의자’ 임을 스스로 밝힌 공약 내용에도 아주 잘 나타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국민들은 ‘이명박=경제성장=나도 부자’라는 막연하고도 허황된 환상에 빠져든 것이다. 절망감에서 비롯된 일종의 자기최면인데 심지어는 조금 안다고 하는 전문가나 식자층들까지도 그런 정신없는 애기들을 하고 다닌다고 한다. 의사나 변호사조차도 FTA 파도에 망해가는 판국에 말이다.
만약 이명박씨가 특검이라는 장애물마저 넘어서 임기를 시작한다면 그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을 위한 정부가 아니라 ‘자본과 시장’을 위한 정부로 완벽하게 변신할 가능성이 꽤 높다. 5년 뒤의 결과는 필연적으로 80% 국민들은 더욱 살기가 힘들어 질것이고, 20%도 안 되는 소수의 재벌과 외국자본, 그리고 그들을 위해 충실히 복무하는 관료와 정치인만 더욱 큰 부자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이미 삼성비리와 BBK 관련 검찰 발표에서 분명히 드러났지 않은가? 또한 국가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교육, 의료, 주택, 교통, 통신, 농업 등에서‘사회적 공공성’은 사라지고 ‘완전한 시장화-민영화’를 가져올 것이다. 한마디로 나라는 망하고 부자들만을 위한 시장만 남는 것이다.
차마 상상하기 싫은 내일이다. ‘콩 조각도 나누어 먹는다’는 공동체를 파괴하고 온 나라를 골육상쟁(骨肉相爭)의 전쟁터로 내모는 ‘돈의 나라’는 우리나라가 아니다.
기사작성일: 2007-12-24